순전히 우발적으로 가위를 잡으셨기에 아무런 보조장비가 없이 벌인 일이라
방바닥이고 씽크대로 가리지 않고 머리카락 잔해로 그 형국이 처참할 지경이었고
아빠는 뒷수습은 안중에도 없고 결과에 몹시 만족해했지만
나는 그래도 여자앤데 너무 짧은거 아닌가 싶어 살짝 아쉬워했고
무엇보다 물기젖은 머리카락 회수하기에 청소기로 빨아지지도 않고 쓸어지지도 않아
혼자 열불나 돌아가실 뻔 했다.
지난 일요일 오후.
방에서 낮잠을 늘어지게 자고 있던 나는
잠결에 현수의 알 듯 모를듯한 소리를 들었다.
"현서 남자같다!!"
저게 먼소리래 하면서도 몸은 일으켜지지 않았고
한참있다 나가보니 쓰레기바구니 주위에 왠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거다.
쓰레기바구니는 온통 시커먼 머리카락 뭉치가 들어있었고...
머리카락들을 대충 수습해보니 이정도나 되었다.
그리고 아까 현수말이 떠올라 현서를 찾아봤더니.
어쩐지 깔끔하다
정말 남자같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머리카락이 잘리기 전보다 백배 낫다 ㅋ
왜 그랬는지 현수에게 닥달했더니 혼날줄 지레 짐작하고 입을 꾹 다물어 버린다.
혼내지 않을테니 왜 잘랐는지 말해보래도 꾹-
다시 생각해보아도 어떻게 동생 머리카락을 싹둑싹둑 잘라버릴 생각을 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전부터 현서의 곱슬머리가 길면서 지저분해지길래 미용실에 데려갈까 싶다가도
현서 성격에 미용실 의자에 가만 앉아 있을리가 만무하기에 고민만하다 데려가지 못했었는데
결과적으론 현수가 나의 고민을 해결해 준 셈이다.
전체적으로 다 잘라놔서 어느한군데 어색하지 않고 이쁘기까지 하니 칭찬이 절로 나왔지만ㅋ
다신 이런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단단히 주의를 줬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언니가 이렇게 잡고 잘랐다는 듯 액션을 취해준다.
전날까지 현서의 머리는 이 정도.
긴 머리카락은 어깨까지 닿았는데,
아무리 봐도 잘 잘랐단 말이지;;
그런데 현수는 왜 어쩌다가 현서의 머리를 자르기로 맘 먹었는지
현서는 언니가 머리를 자를때 어떻게 가만 있을 수 있었는지 등등이 아직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작년 이월도 이렇게 따뜻했나
날이 뜨뜻해 풀어놨더니 아무데나 막 다니는 통에 쫓아다니느라 욕보는 나날들이다.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돌아다니고 쳐박히고 꼬꾸라지다
결국 지 애비에게 꼼짝없이 잡히고 말았다.
아빠 품에선 순한양이 되고 마는 현서씨.
발이 갑갑하신 모냥
신발을 벗겠다고 난리.
신발을 벗겨줬더니
양말도 벗겨달라고.
가만 놔뒀더니 지혼자.
용케 벗었는데
머리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요새 현서양 사진찍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일분 일초를 가만 안있어,,
사진빨 좋을 거 같아 사입힌 후드티를 이런식으로 밖에 못찍네 ㅎㅎ
아, 그리고 뒤에 보이는 자동차.
남편씨와 13년을 세월을 함께 보내주신 자동차.
나와도 7-8년동안 정이 물씬 들었었는데
아쉽게도 작별을 고할 날이 와버렸다.
사실 1년전에는 보내줬어야 마땅한데
주인 잘못만난 덕에 막장까지 달려주신게지.
뭐에 꽂히면 물불 안가리고 무조건 질러놓고 생각하는 나와 달리
아무리 필요해도 오만가지 조건중에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일단 보류하고 보는 차주님.
새차도 아니고 중고를 사려했으니 얼마나 따질게 많았을까
사실 지금이라도 이렇게 차를 살 수 있었던건 어떻게 보면 기적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더 반갑고 얼떨떨한.
아주 잠깐. 몰아봤는데 스틱운전만 하다 오토를 하려니 왼발이 되게 쑥쓰럽더라;;;
당분간 내가 운전하긴 글렀다.